올해 3월부터 자동차사고 때 과실이 큰 가해자의 보험료가 더 오르는 방식으로 자동차보험료
할증 체계가 바뀐다.
지금은 자동차사고가 나면 사고 책임이 큰 가해자와 피해자의 보험료가 이듬해 똑같이 올라 형
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.
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는 이르면 이달 말 공청회를 열어 자동차보험료 할증 체
계 개선방안을 발표한다.
공청회 이후 의견을 수렴해 올해 3월부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.
개선안의 핵심은 자동차사고 때 과실비율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눠 보험료 할증 폭에 차
등을 두는 것이다.
금감원 관계자는 "피해자의보험료 할증 폭을 가해자보다 대폭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
고 있다"며 "피해자 할증 폭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낮아진다"고 말했다.
사고로 보험금이 지급되면 이듬해 보험료가 오르는데, 보험사는 그간 한쪽의 과실비율이 높아
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.
예를 들면 정상 운전하던 A씨가
B씨의 교통신호 위반으로 사고를 당할 경우 과실비율은 A씨 10%, B씨 90%로 달리 나온다.
B씨의 과실이 분명하지만, 보험 처리금액만 달라질 뿐 A와 B 모두 보험료가 최고 30%씩 오른
다.
과실비율이 아니라 사고 건수에 따라 보험료 할증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.
고가의 외제차와 경차 사이 사고가 났을 경우 경차 운전자가 과실비율 10%의 피해자여도 '보
험료 할증 폭탄'을 맞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.
외제차 수리비가 3000만원 나오고, 경차 수리비는 100만원 나올 경우 피해자인 경차 운전자는
과실비율에 따라 10%인 300만원을 보험 처리하고, 외제차 운전자는 90만원을 처리하게 돼서
다.
이 경우도 피해자의 보험료 할증률이 이전보다 낮아지면서 할증폭탄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
것으로 기대된다.
금감원과 업계는 자동차사고 가해자의 보험료만 할증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나, 피해자 보험료도
소폭 올려 차등을 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.
가해자에게만 보험료 할증 부담을 지울 경우 사고율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
가 있었기 때문이다.
과실비율과 상관없이 사고가 나면 무조건 보험료가 올라가는 현 상황에서는 보험료 할증을 피
하기 위해서라도 사고를 회피하려 한다.
그러나 피해자가 됐을 때 보험료 할증이 전혀 되지 않는다면 사고 회피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
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. 일부러 사고를 내 보험료를 타내는 등 보험 사기가 많아질 것
이라는 우려도 있다.
애초 자동차보험 할증제도 합리화를 위한 태스크포스(TF)에선 과실비율과 보험료 할증을 연동
하는 방법도 논의됐다.
그러나 과실비율을 둘러싼 소모적인 분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해자-피해자로 이분
화해 가해자에게 할증 부담을 더 지우도록 했다. 자동차사고 때 양측의 합의가 더욱 어려워지
고, 민원 또한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.
가해자·피해자 보험료를 차등화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.
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"과실비율이 6대 4 정도 되는 쌍방과실 때 가해자로 지정된 운전자가
민원을 제기하고 소송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"며 "과실비율이 애매할 경우 보험료 할증 폭을 어
떻게 할 것인지도 고려한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"고 말했다.